오늘은
바람이 대나무를 흔들고 있습니다.
얼음이 녹아내리는 신위양지 저수지엔
겨울철새(청둥오리)들이
떼를 지어 미끄럼질을 하고 있는 모습인데
겉으로는 태연하고 우아한 기품을 드러내고 있지만
속으로는 발길질하느라 땀흘리고 있을 수도.....
실제 가까이서 보았더니만
새까만 두 발목째기로 부지런히 발길질을 해대며 미끄러지더라고예~
살림살이가 그러하였습니다.
집집마다 대문(나무를 엮어서 만든 삽짝)이 있었고
담장이 둘러쳐져 있거나
끝이 뾰족한 탱자나무가 울타리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어두컴컴한 이른 새벽에 불을 지펴
밥을 지은 옴마 덕분에
김이 펄펄나는 아침밥에 살뜨물로 끓인
구수한 숭냥까지 들이마시고는
모자와 책가방을 챙겨들고
방을 나서며
"옴마 차비~"
"엉~"
"옴마 내꺼도~"
"니조치랑~"
"망내이 니는~"
"내도 엄따~"
"어지아래 안주띠나~"
"엉...핫또그 사무뿟따~"
"인니리 손아이가~"
젖은 손으로 어둠을 헤치고
이우지 삽짝 앞에서
"어요~ㅇㅇ띠기야~"
남들 들을까 살째기 불러봅니다.
소리가 작아서일까 기척이 없습니다.
차라도 놓칠까 싶어 다급하여
좀 더 큰소리로
"어요~바라 ㅇㅇ띠기야~"
"어~엉 누고~"
"내다~식진아직부터 안댔는데
아들 차비가 엄서여..."
"그런나 있어바라~"
"하이구 고맙데이~내 보살이라도 내서
패내끼 주꾸마이~"
시주굼 동전을 받아 교복이나
교련복 주무이에 쑤씨넣고는
근 이킬로쯤 되는 자갈길을
말달리듯 다말아
버스가 댕기는 신작로를 향합니다.
맑은 날은 그나마 괜찮은데
혹 비가 내린 날이면 이리저리 튀는
흙탕물로 빨아신은 운동화나
교복이나 촌넘임을 여실히 드러낼 수 밖에 없었던 시골길이었습니다.
맨 안골짝에 살다보니 좌석은 늘
안내양 누나가 시키지 않아도 늘려있는 맨뒤로 향했고
중간쯤 가다보면 비좁아 가방은 창문으로 던져넣고 좁은 뒷문으로 기어오르는 학생들이 있어
엎쳐서 앉고 가방도 받아주고 하다보면
밴또 궁물 냄새가 나기도 하고
뜨뜻한 밥의 온기가 느껴지기도 했고
덜컹덜컹 버스가 흔들리다보면
어느 형님 방귀냄새도
어떤 누나 엉덩이에 들이받치기도
또 가슴에 단 이름표가 떨어지도 했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통성명을 나누진 않았지만
매일같이 타는 그곳에서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다보니
어느 형들 어떤 누나들 어디사는지는
대부분 알 수 있었고
방학이나 가정실습기간에는
남녀가 어울려 다니며 빈집 같은데서
함께 노는 모습들에서 누구는 누구를
좋아한다카더라는 카더라 소식도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아부지들께서는
약주를 진하게 드셨고
드시다 모자란다 싶으면
"어요 아릿마 점빠가여 탁빼기 받아온내이~"카시며
크고 노란 주준자를 내미셨으니
칩고 먼 거리를 형들은 다 거쳐지난 길이었기에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으니
뛰다 걷다를 반복해 아랫마을 점빵(담뱃집)에 가서 누구집이라 이르고는
주전자를 내밀면
주인장께서 "오야~"카시며
단지에서 퍼올려 가득 담아주십니다.
내려가는 길은 내리막길이었고
빈 주전자였으니 그나마 수월했지만
돌아오는 길은 한쪽으로 팔을 널어뜨리고
몸도 기울어져 제대로 걸음을 걷기가
힘든 자세라 이쪽으로 반대편으로 번갈아가며 몇발짝씩 움직여도
쉽게 다가오지 않고 멀기만 했던 터라
신위양지 저수지 둑을 다 오르고는
꼭 쉬어가는 자리,
에라이 모리겠따 힘도 들고 목도 마르고..,
주전자 꼭다리에 입을 대고 살째기
기울이다 머시 입이고 코고 구분을 못하고
덤벼들다 그만 그 아까운 것이
허옇게 땅바닥으로...
또 걸음은 옮겨 평탄한 길을 걸어오다보면
마실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이라
이놈 오나 안오나 애가 타시는 아부지들
니리다보시는 모습을 생각하며
부지런히 걷다보면 마지막 난관인
소류지 오르막 경사가 심한 곳에 도착하게 됩니다.
이쯤이면 팔에 힘이 다 빠지고
다리도 후들거리는 싯점이라
저 고비를 넘으려면 또 그냥 갈 수 없지...
에라이 모리겠따 이분에는
주준자 뜨깨이로 따라서 안쏟아야지
까바진 만쿰 내가 다 문줄 아시마 큰일이제...
살째기 따라서 들이켜 봅니다
"크으윽~ 조오타~" 아부지들 숭내를 내보기도 합니다.
시간이 얼매나 지났는동
시계가 엄떤 시절이라 알 수 없었고
두어모금 들이킨 상태라
아마도 얼굴은 뽈개졌을 것이고
무굽은지 아인지도 못느낄 짬에
마실 앞 소류지를 돌아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니
애타게 기다리시던 아부지들께서
큰넘을 시켜 저거 받아오라고 하셨는지
논두룸을 타고 우루루 다말아 오는
형들에게 맡기고는 히죽히죽 웃어대니
모릴리 없었던 형들은
꿀밤으로 욕봤다는 인사를 대신하였습니다.
좀 산다 싶은 집이었거나
몬산다고 남의 집 아들 물 거를
한입만 한입만 하고 따라다녔던 동무들이나
지금은 다들 나름대로 가정을 이뤄
자녀들이 어디 취업했다
어데 좋은데 시집을 보낸다는
소식을 들으니
잘 살았고 몬살았고가 아니었고
공부를 잘했고 몬했고 그게 또 아니었고
세끼 밥 묵으마 대고
아푼데 없으마 대고
안외로붑도록 칭구 있으마 대고 그렇치
머 밸시러번기 있으까이예
"식진아침부터여 이캐싸서 안댔지만
아들 차비가 엄서여~"
"도는
큰 도이기나 저근 도이기나
다 안똑갔나~"
"적은 거 엄스마 큰 기 엄꼬
크마 클수로기 씨일때가 안만나"
"우옛든동 단디해가
모다거래이~
백운에도 씹은 하나 빠지마 백운 몬댄다아이가 어이~"